공포의 압박 면접

을 당했어요. 그것도 압박 면접인지 모르고 가서는!! 허억 허억. 아직도 가슴이 벌렁거리네요.

이때까지 한번도 압박 면접을 당한 적은 없거든요. 컨설팅 회사나 잘나가는 금융회사가 압박 면접을 하지, think tank 인턴 채용에 압박 면접이라니 금시초문;; 어제 잠 제대로 못 잔데다가 아침도 거의 굶고는 허덕거리며 기차타고 메트로타고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도착했는데...흑.

일단 위치에 좀 쫄았고 (그야말로 DC의 알짜배기 부동산...창문 너머로 백악관이 보여 ㄱ-), 오피스 규모에 쫄고, 거기다 창립자이신 회장님이 직접 면접을 하는 바람에 더 더 더 쫄고!!! 매섭게 몰아부치시는데...흐흑, 울고 싶었어요.

동서고금을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문학, 성경 요런게 섞인 형이상학적인 서두 질문에서 (회장님: 당신의 평생 목표는 무엇인가? 나: 지식을 얻는... 회장님: 지식과 지혜의 차이는 무엇인가? 나: 어버버버) 이미 진 게임임을 감지했죠, 후후. 그담엔 무자비하게 끌려갔다는. 

매우 날카로운 분이셨어요. 이란이나 파키스탄 쪽 태생인것 같은데, 학력 및 경력이 화려하시더군요. 제가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실수를 인정하지 못한다는 점, 완벽히 집어내시고. 제가 말실수를 좀 했거든요. 저는 The Hill이 그저 미국 정치계, 말하자면 워싱턴을 포괄적으로 말한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아니랍니다. The Hill은 국회의사당을 가르키는 말로써 행정부나 사법부를 포함하지 않는다네요. 그걸 부득 부득 우기다가 (사실 이즈음엔 머리에 쥐나고 있는 상태) 한방 먹고 장렬하게 K.O.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느니라! 라고 하시더군요. 사실 너무 피곤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완전 아버지한테 야단맞는 기분? 우리 회사는 중요한 사람들과 빡빡한 데드라인을 두고 일한다, 엄청난 중압감을 견디며 일을 해내지 못하면 안된다고 강조하셨어요. 예, 확실히 알아모시겠슴다 ;ㅁ; 

아, 정말 장난 아니었어요. 말꼬투리 엄청 잡히고...맨 마지막엔 시 하나 던져주고는 설명하라 하시네요. 읽을 시간 한 삼분 주시고; 뇌는 이미 마비 상태. 피곤하고, 무섭고, 힘들고... 한 두세번 읽어도 뭔소린지 전혀 모르겠고. 그러다 문득 팔을 보니 닭살이 징하게 돋아 있었어요. 빵빵한 에어컨 탓만은 절대 아니었죠.

지금은 자기합리화 (변명) 중이에요. 평범한 면접의 성공 비결은 '이야기' 거든요. 조금 자세하게, 사정 상황 설명해가며 자신의 장점과 경력을 이야기하는 것. 그런데 이분은 효율적으로 딱 요점만 집어서 말하기를 원하셨죠.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에서 - 배곯고 수면부족인데도 -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평상심을 유지하고 (얼굴만) 생글생글 웃으며 면접에 임한 저에게 박수를 보냅;;; 

끝엔 마음을 비웠죠. 이렇게 버벅거렸는데, 될 리가 없어. 좋은 경험이구나. 집에 가서 이력서나 더 돌리자...하고 생각했는데, 난데없이 채용 결정? 은 아니고, 6월 1일까지 일 시켜 보고 결정하신다네요. 내일부터 나올 수 있겠나? 오늘 시작해도 되고. 이러시는 거 있죠...

아놔. 내일이 두려워져요. 하지만  믿져야 본전이겠죠? 못하면 잘리는 거고, 잘리면 스트레스 덜받는거고. 헤헤.




이글루스 가든 - 하루를 돌아보는 일기쓰기
by 루아 | 2009/05/27 05:21 | now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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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고선생 at 2009/05/27 05:31
홀로 치르는 외로운 싸움.. 오오 그것은 면접....
그래도 애 많이 쓰셨네요. 그 기분과 그 분위기.. 상상이 됩니다. 레벨 높으신 분께 걸려들었군요. 그래도 끝까지 버틴 루아님 레벨도 상당하십니다. 단번에 끝난게 아니라 어느정도 여지가 남겨져서 다행이네요. 좋은 결과 있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루아 at 2009/05/31 07:53
홀로 치르는 외로운 싸움! 정말 그보다 적당한 말이 없을 듯 하네요^^
끝까지 버티긴요; 체념의 미소였는걸요. 결과는 조만간 포스팅...
Commented by 물꿈 at 2009/05/27 13:44
무섭네요;; 만약 저라면 정말 어버버- 하면서 패닉상태였을듯해요.
5명이 함께 하는 단체 면접의 상황에서도
이미 말이 꼬여서 패닉이 되었던 경험이 있으므로. [...]
자, 내일을 위해 마음을 단단히 먹고 화이팅입니다!
Commented by 루아 at 2009/05/31 07:54
연습 독하게 해도 마구마구 꼬이죠 ;ㅁ;
홧팅 감사!
Commented by 콩딸라 at 2009/05/27 15:14
제가 그 자리에 있었을 거라 상상만 해도...;
참 고생하셨어요.
그리고 좋은 소식 받을 수 있길 바래요.
Commented by 루아 at 2009/05/31 22:10
고맙습니다 ;ㅁ;
좋은소식...에 대해선 좀있다 포스팅으로...
Commented by 에스키모 at 2009/05/27 23:40
자신의 실수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느니라!
란 말이 와닿네요.
사실 글로는 쉽게 써지는 말이긴 한데, 실제는 실수를 인정하기가 쉽지않죠.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만....^^

답방왔다가 몇자 적고 갑니다...^^
Commented by 루아 at 2009/05/31 22:11
에스키모님 반갑습니다!
옳으신 말이긴 한데, 그땐 정말 울컥했어요. 그래도 다 나중에 약이 되겠지요.
Commented by 쿠테 at 2009/05/31 17:49
아...저도 곧 면접인데 남의 일 같지가 않군요.
Commented by 루아 at 2009/05/31 22:12
허허...
행운을 빌어요!
Commented by 우사 at 2009/05/31 20:56
와. 정말 무섭네요. 용기가 필요하실 때인지도 모르겠어요 : )
Commented by 루아 at 2009/05/31 22:12
흑 흑...
매일 용기만 까먹고 살아요. 더 없답니다 ;ㅁ;
Commented by chan at 2009/06/07 20:09
우..저런 어려운 면접을 이겨내시고 결과도 좋다니 위대해 보입니다.
근데 저렇게 형이상학적인 질문만 해준다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도 겁없이 드는군요..아..지식을 채울 생각은 안하고 저런 자문자답만 항상 가뜩 달고 다니거든요..ㅜㅜ
Commented by 루아 at 2009/06/08 10:09
찬님은 사색적인 분이시군요^^
저는 말초적인 인간...은 아니지만, 최대한 머리아픈 이야기는 제끼고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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